권력은 저널리스트를 친구로 만들고 싶은 속성이 있다. 대통령 당선 이전에 정치인들은 주로 정치부장은 물론 유력한 기자들을 ‘자기식구’로 만들기 위해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다. 스스로 그런 관리대상이 되기위해 노력하는 정치기자들도 있을 때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권력이 돈과 술, 여자로 기자를 접대하며 친분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공식이다. 일본이 이런 전형을 보이며 ‘기자구락부’를 만들었고 한국은 그 흉내를 내 ‘기자단’이란 것을 만들었다. 물론 이제 공식적으로 과거와 같은 ‘기자단’은 없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유난히 정치부장 출신들과 돈독한 친분관계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얼마전 감방으로 간 청와대 홍보수석 김두우도 중앙일보 정치부장, 논설주간 등을 거치며 언론계에서 맹활약하다가 권력의 손짓에 몸을 던졌다. 그가 부패혐의로 감방으로 간 지 얼마되지않아 문광부 차관 출신 신재민도 감방 동기생 신고를 했다.
이 대통령이 각별하게 신임한 신씨도 장관 만들어주려 했지만 너무 많은 재산문제로 중도하차했다. 그 역시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 시절 이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쌓았다고 한다. 이대통령 후보시절 선거캠프에서 아예 발벗고 나서서 그를 위해 집사노릇까지 했다고 한다. 그가 받은 이국철 스폰서의 금액은 10여년 동안 제대로 공개되면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왼쪽부터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신재민 전 문화부 제 2차관, 김두우 전 정무수석실 정무2비서관.
내가 아는 한 다선 국회의원 정치인은 유력 언론사 기자들을 특별 관리하는 듯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돈을 어떻게 줘야 할지 고민 끝에 주로 길흉사때 뭉치돈을 건넨다고 귀띔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초상집에 가서 봉투를 내밀면 두 배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큰 돈을 건네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않는다는 것. 그 다음은 어려울 때 찾아와 조의를 표한데 대해 매우 감동한다는 것이다. 기자의 감동은 곡필로 보답되는 법이다. 왜 권력은 기자를 이렇게 타락시키는데 혈안이 돼 있을까? 간단하다. 집권에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고 영웅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은 바로 기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단순히 여론을 반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성하고 때로는 조작도 한다. 물론 권력자는 이를 타락으로 보지않고 ‘투자적 관점에서 인간관계 형성’으로 합리화 한다.
권력의 입장은 그렇다치더라도 권력을 감시, 견제해야 하는 기자의 입장은 다르다. 정론직필, 공정보도, 춘추필법(春秋筆法)...기자의 숙명을 묘사하는 이런 표현들은 무엇을 요구하는가. 정치인들의 권력남용이나 부패를 정직하게 고발하고 감시해야 하는 기자는 도저히 정치인들과 친해져서는 안되는 외로운 직업이다.
문제는 한국의 기자들은 정치인들과 너무 가깝다. 이들이 사주는 폭탄주를 부끄럼없이 마신다. 이를 부정하는 기자들의 입장에서 이런 지적이 매우 불쾌하게 들리겠지만 일부에서 일어나는 문제라하더라도 그런 관행, 비행, 부조리가 근절되지않는다면 기자사회 전체의 수치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기자는 권력이나 권력이 내려보내는 낙하산 사장에 저항하다 해고 당하며 칼바람 맞으며 저항해보지만 현실은 비참하다. 또 어떤 기자출신은 장차관은 물론 공기업의 무슨 이사장, 사장, 감사 임원 등을 차지해 검은색 승용차에 따뜻하게 몸을 싣고 주먹을 들고 거리에서 물대포 맞고 있는 후배 기자들을 향해 ‘철없는 것들...’이라며 미소를 던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임 대통령실장에 하금열 전 SBS홀딩스 대표이사(사장)을 내정함에 따라 청와대 대통령실의 고위간부(수석이상급)에 SBS 출신이 3명이나 차지하게 됐다. 역시 기자출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하 신임 실장 내정자에 대해 “SBS 전신인 서울방송 정치부장 시절 당시 국회의원이던 이 대통령과 교류를 시작해 줄곧 (대통령과) 인간적 관계를 맺어왔다”고 발표했다.
인간적 관계라... 기자출신들은 어떻게 이렇게 이명박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흠모하게 됐을까. 왜 국민은 이런 기자들처럼 대통령과 ‘폼나는 인간적 관계’를 맺지못했을까. 일부 기자들만 추종하고 국민들로부터 신임받지 못하는 대통령이 된 것은 혹시 이런 정치기자들이 이중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아일보 정치부장출신, 이명박 대통령의 언어 전문 마사지사 이동관 수석출신도 정치부장때부터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일부 정치 기자들의 언론과 권력의 영역구분없이 뛰어드는 몸가짐에 많은 후배기자들은 좌절한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기자정신은 무한하다. 선진언론은 권언유착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후진 언론은 권언유착을 벼슬로 착각한다. 정치 기자는 권력의 폭탄주에 취해 정신을 못차리는 것을 ‘인간관계 형성’으로 정당화 한다. 참 기자는 권력의 술잔을 ‘노’라고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술은 마시고 촌지는 받더라도 ‘기사는 바로 작성한다’고...이것이 한국처럼 공사구분 안되는 사회, 학연, 지연, 혈연으로 똘똘뭉친 사회에서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기자출신들이 벌써부터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해 뛰고 있다고 한다. 기자들이 나도 한자리를 위해 선거캠프를 기웃거리고 있다고 한다. 권언유착을 전통으로 만드는 권력자에 대해서는 언론계가 이런 식으로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한국언론과 정치의 공멸을 목격하고 있는 것도 부족한가.
권언유착 언론인들은 기자들이 먼저 안다. 기자들이 먼저 자정운동에 나서라. 내부 규정도 강화하라. 그래도 정치판에 가겠다고 하면 보내주더라도 유예기간을 둬서 불공정 보도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기자의 원칙, 규정조차 어기고 정치판에 뛰어드는 선배에 대해 가혹한 비판의 칼을 들이대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하지않는 언론사들은 언론을 믿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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